페이스북에 화순공연광고(?)가...내가 봐도 좀 심할 정도로 많다. 수십명의 배우와 스탭들이 직접 올리니 어느 날에는 무슨 도배를 한 것 같기도. 개인일상을 올려도 기승전화순으로 마무리. 혹시 지겹거나 짜증나는 분들 있을지 모르겠다. 만약 있다면, 이런 점도 생각해주시라.

첫째, 아무도 그렇게 하라고 강제하지 않는다. 그 대신 많은 사람들이 보았으면 한다는 이야기를 나눌 뿐이다. 우리는 정말로 그렇게 생각한다.

둘째, 많은 사람들이 보러 온다고 개인적 이득이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 예컨대, 공연계에서 흔히 쓰는 방법은 자기 지인관객의 표값 일부를 자기가 먹는다거나 하는건데, 화순은 그런 거 없다. 이 작품으로 돈 벌 생각없고 다만, 많은 사람들이 보았으면 한다는 이야기를 할 뿐이다. 우리는 정말로 그렇게 생각한다.

그러니까 이건 대단히 자발적인 일인데, 여기엔 자본주의적 동기와 요소 같은 건 끼어들 틈이 없다. 아껴쓰고, 나누고, 먼저 나서고, 힘보태고, 기다리고, 파이팅하고 뭐 그런다. 말하자면, 어떤 공동체적 윤리와 질서에 의해 움직인다.

뭐랄까, 우리들에겐 '나는 고용 혹은 캐스팅되었다'는 인식 같은게 아예 없다. 1945년 8월 화순탄광 사람들이 탄광의 주인이 된 것처럼, 우리는 다들 "극단 화순의 대표(!)"라도 된듯하다.

스탠딩뮤지컬 화순은 작품의 소재도 특별하지만, 무엇보다 그런 팀워크에서의 특별함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이 공연을 참 좋아한다. 우리가 온통 화순 광고에 매달리는 것처럼 보이는 건 그런 마음의 표출로써 나타나는 현상이다.

낯뜨거운 이야기하나 더 해야겠다. 배우들과 스태프들은 자기 작품이 뭔가 자신이 없으면, 일부러 나서서 열심히 홍보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뭐냐면, 이 작품에 자신이 있다는 이야기다.

오늘, 앵콜 화순 첫 공연이 올라간다. 오늘부터 며칠동안 페북은 뮤지컬 화순 광고로 도배가 될지도 모르겠다.

화순 공연팀원들은 10월 한달을 어떻게 지낼까요?

다들 너무너무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화순 앵콜 연습도 그렇지만, 다른 공연들도 함께 하고 있거든요.

아래의 공연 포스터들을 보세요. 모두 화순출연진들이 대거 참가하고 있는 공연들입니다.

공연도 같이 하고, 알바도 같이 하고, 누구 생일이면 우루루 모여 축하하고, 촛불도 같이 들고, 그렇게 하루하루 세상에서 제일 바쁜 사람들처럼 지내고 있습니다.

매일매일 여럿이 함께 같이 있습니다. 화순에 출연한 인연으로 우리는 삶을 공유해나가고 있습니다.


지난 토요일, 세월호 마로니에 촛불. 화순 공연팀 배우들과 스탭들이 <사람이 있어요> <거기 사람이 있다> <내일은 꼭 오리라>를 공연했습니다. 뮤지컬 <화순>을 본 관객들이 세월호 사건을 떠올리게 되는 이유는 스토리나 가사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보다는, 화순 공연팀의 많은 이들이 매주 토요일 열리는 마로니에 촛불을 준비하고 지켜가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많은 분들이 묻습니다. 도저히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공연을 또 어떻게 또 하느냐? 음. 어떻게 하냐면요

1. 많은 분들이 음으로 양으로 도와주십니다. 스태프들은 무상으로 무대음향조명 등의 지원을 해주고 있습니다. 배우들 밥을 사주시는 분들도 있고, 이런저런 응원메시지를 보내주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러니까 버팁니다.

2. 공연보신 분들의 후기입니다. 지금도 종종 듣게 되는 후기들이 있는데, 최근 가장 감동적인 후기는 이겁니다.

"제가 결혼식갔다가 화순을 본 선배를 만났는데 엄청 취해서 그러더라구요 자기한테는 화순이 엄청컸다고 화순을 보면서 자기가 봤을때 연기나 노래 이게 중요한게 아니라 그 배우들의 눈빛과 열정이 사람마음을 움직였다하더라구요 상업극 준비하는 선배였는데 마음 고쳐먹고 자신이 원하는바 신념을 위해서 가겠다고 그리고 나중에 화순같이 하고싶다 하더라구요"

이러니까 버팁니다.

3. 돈은 어떡하느냐구요? 물론 그게 제일 힘듭니다만, 이렇게도 합니다. 사진처럼 같이 알바를 하러 갑니다. 하하하. 생활고는 있어도 찌들려서 살지 말자. 돈이 없다고 정신이 쪼그라들지는 말자. 그렇게 생각하며 즐겁게 합니다.







<화순>의 도전과 실험-2 뮤지컬의 공식

흔히 뮤지컬은 스타 마케팅, 화려한 볼거리, 로맨스와 같은 환상의 제공 등을 꼽습니다만, <화순> 은 전혀 반대의 선택을 합니다.

집단이 주인공

대개 뮤지컬의 스토리는 어떤 "주인공"의 이야기를 축으로 하여 전개됩니다. 그래야 관객의 감정이입도 쉽고, 플롯도 단순해져서 음악을 결합시키기도 좋습니다. 그런데 <화순>은 어떤 특정한 주인공이 없습니다. 굳이 주인공이 있다면, 화순탄광촌 사람들, 그러니까 집단 전체가 주인공인 셈입니다. 극은 현실세계의 반영이라는 측면에서, 현실에는 분명히 탁월하거나 비범한 사람들도 있으며 그들이 세계를 주도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화순>은 집단을 주인공으로 설정해보고 싶었습니다.  말하자면 집단적 주인공인 셈인데,  여기에는 이런 믿음이 깔려있습니다. "백성이, 시민이, 민중이 주인이다."

관습이냐 역사냐

대개의 공연은 후반부로 갈수록 뭔가 커집니다. 갈등과 사건의  크기도 그렇고 규모와 볼거리도 그렇습니다. 앞에서부터 쌓아올린 갈등이 폭발하는 점에서도 그렇지만,  그래야 끝까지 볼 재미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화순>은 정반대입니다. 후반부로 갈수록 모든 것이 줄어들고 사라져 갑니다. 소재로 삼은 1946년 화순탄광 사건이 그랬기 때문입니다. 자꾸 죽고, 끌려가고, 도망갔습니다. 그럴때마다 마을에는 침묵이 퍼져갔습니다. 사실을 따르자니 겁이 났습니다. 100분짜리 공연인데, 통상 뒤로 갈수록 커져도 지루해지기 십상인데, 뒤로 갈수록 줄어들고 사라지게 한다? 별 것 아닐 수 있어보여도, 창작자들에게 이것은 어떤 모험이었습니다. 예, 결국  관습보다는 사실을 따르기로 했습니다. 가슴 아프지만, 그것이 우리의  역사니까요.

민감한 소재

창작뮤지컬도 만나기 어렵지만, 역사 뮤지컬은 더욱 희귀합니다. 로맨틱 뮤지컬에 비해 관객은 적고, 인원은 많이 필요하기 때문일겁니다. 그러나 꼭 필요하고도 의미있는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요즘처럼 역사왜곡이 횡행하는 시대에는 더욱 그러합니다. 특히 화순탄광사건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역사의 한 장면입니다. 충격적인 사건임에도 묻혀져 있던 것은 기록도 크게 부족하지만, 특히 해방군으로 여겼던 미국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오늘까지 이어오고 있기 때문이라 짐작합니다. 어쩌면 뮤지컬 화순은 전에 없이 가장 민감한 소재를 형상화한 작품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후원광고에 대한 옥신각신.

앵콜공연을 결정하면서 고민이 많았습니다. 후원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고, 그래서 텀블벅이나 후원계좌광고 등을 생각했습니다. 예매 분위기 조성하는 것과 연동도 하고. 얼마 후원하면 초대권 1매 뭐 그런 거 있잖아요.

그런데 세상이 험악해서 당장 후원이 필요한 곳이 너무 많습니다. 거기다 우리까지 경쟁적으로 광고하면서 숟가락 얹어야 할까 싶은 겁니다. 그럼 좀 미안해질 거 같은 겁니다. 그래서 이렇게만 하기로 했습니다.

<후원문의>

혹시 뮤지컬 화순을 후원해주실 분들 있으십니까? 010-8384-8683, 010-9121-1403으로 연락주십시오. 단, 후원자분들에게 어떤 보상도 해드리지 않습니다. 명단을 공개하거나 감사표시를 하지도 않겠습니다. 그 대신, <화순> 을 더 자주 공연할 수 있도록 애쓰겠습니다.

가오잡냐. 너무 뻣뻣하다. 건방져 보인다. 사정을 해도 해줄까말까 하는데. 저러면 누가 해주겠냐. 전화하고 싶지 않을 것 같다. 계좌번호라도 적어놔야 하는 거 아니냐. 기타 등등의 걱정과 우려가 있기도 했으나. 도움을 받으면 좋지만, 자기힘으로 자기노력을 더 우선하자는게 우리들의 기조. 그리고 들려온 희소식.

"야외행사에 의자까는 알바 있는데, 우루루 일하러 갑시다! 선착순 19명!" "가자! 가자! 앞으로! 앞으로!"




<화순>. 지원금 신청했으나 떨어졌습니다. 60명 명단을 적어냈으니 장난치는 줄 알았을까요. 못 미더웠을까요. 하긴, 상관없습니다. 시작이 그러했듯, 우리는 자기 힘을 믿고 갑니다. 지원금 떨어졌다는 소식 전했더니, 지금 우리 배우들 앵콜공연 만들겠다며 너도 나도 나서서 10만원씩 모으고 있는 중입니다. 이건 선배들이 낼테니 후배들은 제발 가만 있으라고 호통 중입니다. 톡방에서 연습스케줄 짜는 중입니다. 어제 한 배우는 제 멱살잡고 빨리 연습들어가잡니다. 이번에도 전회차 전석초과매진 시켜보자고 기세등등합니다. 돈 되는 지방공연 일정 빼버리고 화순하겠답니다. 더 행복하고 더 당당한 앵콜, 보여드리겠습니다. 참. 지원을 못 받아서 부득이 티켓가격 올려야겠습니다. 전석 3만원. 죄송합니다.



<화순>의 실험과 도전 1-초대와 할인이벤트

많은 공연들이 소위 프로모션이라는 이름하에 진행되는 초대권 뿌리기를 통해 관객을 끌어모읍니다. 그렇게 앙코없는 찐빵처럼 객석을 채우고, 만석이라고 소문을 냅니다. 파워블로거라는 이들을 초대해서 검색노출순위를 높입니다. 그렇게 해서 아주 소수의 몇몇 공연은 나중에 꽤나 성공하기도 합니다. 그래요. 일종의 마케팅기법이겠죠. 하지만, 그럴수록 공연 생태계는 파괴된다는 걸 느낍니다. 이래도 되는 걸까요?

초대권이 당연시 되어, 초대받음을 고맙게 여기는 마음도 사라집니다. 공연일을 하다보니까 아주 당당하게 초대를 요구하는 분들도 종종 만납니다. 솔직히 그런분들 만나면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더구나 공연을 제값주고 보는 사람들은 "호갱님"이 되어버립니다. 이래도 되는 걸까요?

지인들 중 초대로 오는 분들은, 대개 비타500 같은 음료를 사오시는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분장실엔 비타500이 넘쳐납니다. 신물이 올라와서 먹지도 않습니다. 공연은 내가 하는데 돈은 광동제약이 법니다. 초대해줬으니 고맙다고 술을 사주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공연은 내가 하는데 돈은 술집 사장님이 법니다. 이래도 되는 걸까요.

<화순> 팀은 초연 당시 한가지 실험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초대권 제로. 완전제로. "우리가 객석을 못채워도 생태계를 망치지 말자. 객석을 못채워도 어떤 사람들을 "호갱님" 만들지는 말자." "배우들 중 정말 초대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자비로 티켓을 사서 드리자"고 했습니다.

이번 앵콜 공연도 마찬가지입니다. <화순>은 프로모션용 초대를 단 한 장도 하지 않습니다. 배우스탭들 모두에게 초대티켓을 한장도 지급하지 않습니다. 정말입니다. 만약 누구를 통해서 초대티켓을 선물받는 분들이 있다면, 그 티켓은 우리 공연팀 중 누군가가 자비로 구입해서 드리는 겁니다.

대신 티켓가격을 현실화합니다. 실제로 들어가는 비용이 아니라, 구매자입장에서 현실가능한 지불 수준 말입니다. 이런류의 생각을 안 한 것도 아닙니다. "그냥 5만원 혹은 10만원으로 높여서 책정하자. 그리고 50%할인 이벤트, SNS공유하면 만원의 행복 이벤트 이런거 자주 열자. 착시효과지만 효과는 있다. 그럼 사람들은 싸게 보는 느낌을 갖는다."

하지만 안 하기로 했습니다. 아우, 그런저런 생각하는 것 자체가 귀찮기도 하고. 무엇보다, 사기 같아서 싫은 겁니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합니다. "현실적으로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그러니까 제값주고 본다고 했을 때, 아무도 호갱님을 만들지 않을 때, 자기 지갑을 열 수 있는 최대치가 얼마일까?" 그렇게 티켓가격을 3만원으로 정했습니다.

할인은 안 할 수가 없었습니다. 25일까지 예매(직접예매만 적용. 인터파크는 불가.)하는 분들은 2만원으로 판매합니다. 공연 제작비로 쓸 현금을 확보해야 하니까요. 장애인, 학생들은 존중하고 보호한다는 의미에서 할인 합니다. 사실 이건 국가에서 세금으로 해야 하는 일이지만, 국가가 제 할일을 안 하니까 저희가 합니다. 이렇게 초대는 없애고 할인은 최소화해서 진행합니다.

모르겠습니다. 이런 실험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는건지 흔들릴 때도 많습니다. 어떤 효과가 있을지, 결과는 또 어떨지도 알 수 없습니다. 해보고 나면 또 어떤 고민과 방법을 찾겠지요. 일단은 그렇습니다.





"화순 앓이" 중인 배우스태프들이 자체제작한 B급 비공식 자작포스터들입니다. 웃으시라고 묶어서 올려봅니다.











연극 <빨간시> 앵콜공연을 준비 중인 대경대 연극영화과 후배님들이 저희 뮤지컬 <화순>을 응원해주십니다. 노란리본, 응원메시지까지 담아주셨습니다.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연극 <빨간시-이해성 작>는 정신대 할머니의 이야기를 다룬 훌륭한 작품으로 저희 뮤지컬 <화순>의 마음과도 연결되어 있는 작품입니다. 노란리본에 응원문구까지 너무 고맙습니다.

학생들이 서울공연하러 멀리 대구에서 올라와 수요집회도 참가하고 <화순>공연 관람켐페인도 해주신답니다. 후배님들의 뜻과 마음이 또한 너무 고맙고 그래서 너무 힘이 납니다. 세상은 반드시 좋아질 겁니다.

다음은 대경대 연영과 <빨간시> 서울 앵콜공연 기사 중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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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빨간시’는 위안부로 끌려갔다온 한 할머니의 삶과 기억을 풀어내고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제1회 청춘연극열전에서 관객 투표단 100명과 심사위원 평가에서 작품성, 예술성, 연출성을 인정받아 연극제 대상인 ‘중암연극상’을 받은 작품이다.

정철 연출은 “학생들이지만 연극만큼은 진지하게 접근했다. ‘빨간시’가 이 사회에 던져주는 치유되지 않은 울림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빨간시 공연에 참여하고 있는 연극전공 학생들은 공연에 앞서 위안부 할머니들의 수요 집회 장소를 방문해 작품의 의미를 다시한번 되짚어 본다.

또 빨간시 공연팀들은 이색적인 연극관람 릴레이 캠페인을 펼친다. 그 첫 번째가 새로운 형식의 스탠팅 뮤지컬 ‘화순’(연출 류성)이다.

이 작품은 지난달 동숭동 ‘예술공간 오르다’에서 공연돼 화제가 된 바 있는 작품으로 오는 11월4일부터 8일까지 앵콜공연(대학로 엘림홀)을 한다.

‘화순’은 1946년 8월 15일 해방 1주년 대회에 참가하려던 화순탄광 광부들이 미군에 의해 학살당했던 역사적인 사건을 50여명의 배우들이 스탠딩 뮤지컬로 극화한 작품이다.

김건표 교수(대경대 연극영화과)는 “연극을 전공하는 학생들 작품이지만 연극을 대하고 접근하는 태도는 대학로 만큼 뜨겁다. 작품의 완성도나 역할을 소화해 내는 연기력은 어느 작품과 비교해서 손색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대학로 작품 1개를 선택해 연극관람 릴레이 캠페인을 펼치는 것은 의미 있는 시대정신을 연극정신으로 공유하자는 취지다. 그 첫 번째 작품이 스탠팅 뮤지컬 ‘화순’이다. 앞으로 지속적으로 연극관람 캠페인을 펼쳐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빨간시’는 오는 8일(오후 4시와 8시)대학로 게릴라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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