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의 실험과 도전 1-초대와 할인이벤트

많은 공연들이 소위 프로모션이라는 이름하에 진행되는 초대권 뿌리기를 통해 관객을 끌어모읍니다. 그렇게 앙코없는 찐빵처럼 객석을 채우고, 만석이라고 소문을 냅니다. 파워블로거라는 이들을 초대해서 검색노출순위를 높입니다. 그렇게 해서 아주 소수의 몇몇 공연은 나중에 꽤나 성공하기도 합니다. 그래요. 일종의 마케팅기법이겠죠. 하지만, 그럴수록 공연 생태계는 파괴된다는 걸 느낍니다. 이래도 되는 걸까요?

초대권이 당연시 되어, 초대받음을 고맙게 여기는 마음도 사라집니다. 공연일을 하다보니까 아주 당당하게 초대를 요구하는 분들도 종종 만납니다. 솔직히 그런분들 만나면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더구나 공연을 제값주고 보는 사람들은 "호갱님"이 되어버립니다. 이래도 되는 걸까요?

지인들 중 초대로 오는 분들은, 대개 비타500 같은 음료를 사오시는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분장실엔 비타500이 넘쳐납니다. 신물이 올라와서 먹지도 않습니다. 공연은 내가 하는데 돈은 광동제약이 법니다. 초대해줬으니 고맙다고 술을 사주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공연은 내가 하는데 돈은 술집 사장님이 법니다. 이래도 되는 걸까요.

<화순> 팀은 초연 당시 한가지 실험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초대권 제로. 완전제로. "우리가 객석을 못채워도 생태계를 망치지 말자. 객석을 못채워도 어떤 사람들을 "호갱님" 만들지는 말자." "배우들 중 정말 초대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자비로 티켓을 사서 드리자"고 했습니다.

이번 앵콜 공연도 마찬가지입니다. <화순>은 프로모션용 초대를 단 한 장도 하지 않습니다. 배우스탭들 모두에게 초대티켓을 한장도 지급하지 않습니다. 정말입니다. 만약 누구를 통해서 초대티켓을 선물받는 분들이 있다면, 그 티켓은 우리 공연팀 중 누군가가 자비로 구입해서 드리는 겁니다.

대신 티켓가격을 현실화합니다. 실제로 들어가는 비용이 아니라, 구매자입장에서 현실가능한 지불 수준 말입니다. 이런류의 생각을 안 한 것도 아닙니다. "그냥 5만원 혹은 10만원으로 높여서 책정하자. 그리고 50%할인 이벤트, SNS공유하면 만원의 행복 이벤트 이런거 자주 열자. 착시효과지만 효과는 있다. 그럼 사람들은 싸게 보는 느낌을 갖는다."

하지만 안 하기로 했습니다. 아우, 그런저런 생각하는 것 자체가 귀찮기도 하고. 무엇보다, 사기 같아서 싫은 겁니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합니다. "현실적으로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그러니까 제값주고 본다고 했을 때, 아무도 호갱님을 만들지 않을 때, 자기 지갑을 열 수 있는 최대치가 얼마일까?" 그렇게 티켓가격을 3만원으로 정했습니다.

할인은 안 할 수가 없었습니다. 25일까지 예매(직접예매만 적용. 인터파크는 불가.)하는 분들은 2만원으로 판매합니다. 공연 제작비로 쓸 현금을 확보해야 하니까요. 장애인, 학생들은 존중하고 보호한다는 의미에서 할인 합니다. 사실 이건 국가에서 세금으로 해야 하는 일이지만, 국가가 제 할일을 안 하니까 저희가 합니다. 이렇게 초대는 없애고 할인은 최소화해서 진행합니다.

모르겠습니다. 이런 실험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는건지 흔들릴 때도 많습니다. 어떤 효과가 있을지, 결과는 또 어떨지도 알 수 없습니다. 해보고 나면 또 어떤 고민과 방법을 찾겠지요. 일단은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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