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6년 화순탄광노동자들의 삶과 투쟁을 극화한 뮤지컬 <화순1946>이 9월 8일 광화문 북측광장에서 공연됩니다.

뮤지컬 <화순1946>은 1년전 9월, 대학로의 한 소극장에서 초연되었습니다. 이후 관객들로부터 "한국판 레미제라블"이란 찬사를 받으며 앵콜요청이 쇄도했고, 이에 따라 앵콜과 재앵콜을 거듭했지요. 올해 1월에는 민주노총 광주본부의 초청으로 3천명의 노동자들이 집단관람한 바 있으며, 70년동안 잊혀져왔던 화순탄광사건을 재조명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지금껏 공공지원이나 기업의 후원없이 배우들과 스탭들이 자비를 털어가며 기적처럼 공연을 이어왔던 것도 특기할만 합니다. 이번에는 광화문 광장에서 출연배우들만 100명에 달하는 대형야외공연으로 올리고자 준비 중입니다. 다음은 제작진과의 인터뷰입니다.


뮤지컬 화순 Q&A 

Q1 왜 하필 광화문 광장인가?
1년을 이어온 뮤지컬 화순은 이제 마지막입니다. 마침표를 찍을 때가 된 거죠. 가능하다면 느낌표로 마치고 싶었습니다. 소극장에서 시작해서 광장으로 마무리. 어울리지 않나요. 그런데, 서울에 가장 광장다운 광장이 어디일까? 광화문 광장인 것 같아요. 북쪽으로는 청와대가, 동쪽에는 미일대사관이, 남쪽에는 세월호 농성장이 있어요. 뮤지컬 화순이 가진 느낌과도 잘 어울리는 곳이죠.

Q2 왜 화순탄광사건인가?
화순탄광사건 자체를 알리고 싶은 건 아닙니다. 그건 역사분야에서 할 일이에요. 화순탄광사건을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거에요. 지난 공연을 관람했던 분이 이렇게 평을 했습니다. "절망의 끝에서도 일어서고자 했던, 내일은 오리라 믿었던 사람들. 인간의 고결함과 존엄에 대한 이야기." 이게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요.

Q3 홍보가 그리 잘 되는 것 같진 않은데?
그러게요. 날짜는 다가오는데 앞으로도 딱히 잘 될 것 같지 않아요. 우린 다들 공연 만드는 사람들이지 홍보마케팅하는 사람들은 아니거든요. 자기 페이스북에 포스팅하고, 리플렛 뿌리고, 보도자료 보내고. 그게 전부죠. 그 외엔 잘 몰라요. 어영부영하는 중입니다.

Q4 제작비는 어떡하나?
지금껏 지원금을 받아본 적이 없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입니다. 항상 빈손이에요. 지금까지는 티켓을 팔아서 충당했지만, 이번 광화문 광장 공연은 티켓도 팔지 않습니다. 어감이 마음에 안 들지만, 무료공연입니다. 뭐라고 해야할까, '광장의 정신'이라고 해야할까요. 그런 게 있지 않습니까. 대신 후원모금은 합니다. 공연보러오신 분들이 얼마씩이라도 내 주시면 좋죠. 적자는 뻔한데, 규모를 줄이려고 노력할 뿐 입니다. 텀블벅 모금도 개설했습니다.

Q5 그럼에도 공연을 올리는 이유가 뭔가?
사람이 합리성이나 이해타산으로만 움직이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연극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 의미있는 작품, 보람있는 일에 헌신하는 그런 성향이 있어요. 연극인들은 지금까지 국가보안법, 세월호, 검열, 언론, 통일, 노동, 소수자 등에 대해 계속  연극을 통해 말해왔고, 행동해왔고, 앞으로도 계속할 거에요. 연극하는 사람들에겐 뭐랄까 시대정신이라고 하는 그런 정신적 힘 같은 게 있는 거에요. 뮤지컬 화순이 가능한 것도 그런 힘 때문이고, 수많은 행동 중 하나고.

Q6 어떤 도움이 필요한가?
어떤 도움이 필요한 게 아니라, 어떤 도움이든 필요한 상황이죠ㅎㅎ  이게 무슨 돈이 있어서 하는 일도 아니고. 광장이라 진행스탭들도 많이 필요하고. 뭐 그렇습니다. 그래도 가장 필요한 도움은 많은 사람들이 올수 있도록 해달라는 겁니다. 주변에 많이 알려주시고, 여럿이 함께 보러오시는 것. 그게 가장 큰 도움이에요.

Q7 야외에서 하는 공연이라 산만할텐데?
맞아요. 그게 걱정입니다. 산만함은 필연적이지만, 얼마나 산만할 것인가 그 문제죠. 배우들과 스탭들이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연기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장 같을 순 없잖아요. 그런데 또 어떻게 생각하면, 광장이니까 산만한 것은 자연스러운 것 아닌가. 극장같은 정숙함을 억자로 만들거나 강요하는 것이 더 이상한 일인 것 같기도 하고. 공연자들도 관객들도 그런 점은 함께 안고 가야죠 뭐. 

Q8 관객예상인원은?
1천명? 1천 5백명? 그런데, 그걸 예상하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 그냥 노력해야죠. 몇명쯤 왔으면 좋겠다. 그런 바램은 있어요. 최대 3천명쯤 모였으면 정말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면 광화문 북광장이 가득 찰 거에요. 그리고 지금은 1만명쯤 모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공연을 보셨던 분들이 서울에서만 3천명쯤 돼요. 이 분들이 2-3명씩 데리고 오면 1만명. 예, 그렇게 안 돼요. 허황된 생각이죠.  그런데, 사람이 좀 허황된 바램을 가지고 사는 것도 나쁘진 않잖아요.

Q9 공연이면 공연다워야 하지 않나?
무슨 말인지 알아요. 그런데 우리는 정말 많이 왔으면 해요. 중간에 와도 좋고, 잠깐을 보고 가더라도 좋아요. 공연 보러 올 사람들, 세월호 농성장을 거쳐 오겠죠. 우리 공연 보는 내내 세월호를 떠올릴거에요. 어떤 분은 백남기 농민을 떠올릴거고  어떤 분은 성주를 떠올릴 수도 있고. 어떤 분은 농성중인 노동자를 떠올릴거고. 광화문 광장이라는 장소적 상징성이 자연스럽게 그렇게 만들어주는 거죠. 다 차치하고서라도, 광장에 사람들이 가득 들어차면, 그 자체에서 받는 힘과 용기,  위로가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 공연만으로 만들 수 없는 그런 거.



+ Recent posts